
[ 중앙뉴스미디어 ] 윷가락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먼저 났다. “도!” 누군가가 입모양으로 외치자, 옆에 있던 사람이 손을 크게 흔들며 웃었다. 말 대신 손짓과 표정이 오갔고, 그 사이사이로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같은 안부가 자연스럽게 흘러들었다.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 한켠이 더 시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동대문구의 장애인단체들은 그 ‘시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어 설부터 정월대보름까지 ‘함께하는 자리’를 잇달아 열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사)서울시농아인협회 동대문구지회는 청각장애인 윷놀이 한마당을 마련했다. 전통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만남의 방식’이 됐다. 한 판이 끝날 때마다 손뼉 대신 공중에서 흔들리는 손,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눈빛이 이어졌다. ‘명절에 같이 놀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누군가가 판을 깔고 자리를 데운 셈이다.
2월 10일에는 (사)한국곰두리봉사회 동대문구지회가 ‘사랑의 떡국떡 나눔’을 열어 저소득 장애인 250명에게 떡국떡 2kg과 사골국 1kg을 전했다. 명절을 앞두고 장을 보는 일 자체가 부담인 이들에게 떡국 한 그릇은 ‘먹거리’만이 아니다. “올해도 떡국은 드셔야죠”라는 말은, 사실 “혼자 두지 않을게요”라는 뜻에 더 가깝다.
이번 나눔은 물품만 건네고 끝내지 않았다. 행사에 참여한 김○선 씨는 “명절마다 외로움을 더 크게 느낄 때가 많았는데, 이렇게 함께 모이는 자리가 있으니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떡국떡 한 봉지가, 누군가에게는 ‘내가 잊히지 않았구나’라는 확인이 됐다.
동대문구의 명절 온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 동대문구지회도 2월 중 ‘온정 가득 떡국떡 나눔’과 ‘장애인 정월대보름 전통놀이 한마당’을 준비하고 있다. 설이 지나도 달이 차오르는 정월대보름까지 ‘함께 웃을 수 있는 자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설과 정월대보름을 맞아 장애인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나눔의 자리를 이어가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동대문구는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소외되지 않고 일상과 명절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따뜻한 복지 행정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명절의 따뜻함은 종종 거창한 행사에서 오지 않는다. 윷가락 한 번 굴리자고 손 내미는 사람, 떡국떡 한 봉지에 안부를 담는 사람, “같이 하자”고 자리를 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명절은 ‘함께의 시간’이 된다. 동대문구의 장애인단체들이 만든 이 작은 자리들은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뉴스출처 :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